웹액츄얼리는 일년에 한 번 해외 웹컨퍼런스에 참여한다. 글로벌 웹트렌드를 직접 느끼고, 글로벌 감각을 키울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서다. 올해 2012년 해외 컨퍼런스 장소는 시카고로 결정되었다. 워드캠프 시카고(WordCamp Chicago)와 언이벤트어파트(An Event Apart)를 모두 참석할 수 있게 일정이 딱 들어 맞았기 때문이다. 워드캠프(8월 25일~26일), 언이벤트어파트(8월 27일~29일) 스케쥴에 맞추어 서울을 출발, 금요일 오후 2시. ‘건축의 도시’ 시카고에 도착했다.
시카고 하면 떠오르는 것이 뭐가 있을까? 영화 ‘시카고’, 마이클 조단의 최고의 전성기 시카고 불스, 알 카포네 갱단, 버락 오바마의 도시… 각자의 관심도에 따라 시카고에 대한 첫인상이 다를것이다. 나에게 시카고는 ‘건축의 도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의 도시로 기억된다.
잠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시카고는 꼭 가보고 싶었던 도시중에 하나였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서연처럼, 미술을 전공했지만 건축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건축학개론’을 청강했다. 그때 건축가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는데 그 중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라는 건축가를 가장 좋아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 철학을 바탕으로 단순히 건물만 설계만 하는것이 아니라 가구, 조명, 스테인드글라스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디자인했다. 많은 수의 그의 작품이 시카고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시카고 건축 여행’을 나의 버킷 리스트에 넣었을 정도였다.
시카고의 첫느낌. 낭만의 빌딩숲
누구나 도시의 고층 빌딩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이 있을것이다. 삭막하고, 모든것이 인공적인… 그 안에 있는 우리는 왠지 무한 경쟁을 해야할 것 같은…
그러나 시카고의 고층 빌딩들은 하나 하나가 작품 처럼 느껴진다. 고층 빌딩들이 만들어낸 스카이라인도 멋있다. 무엇이 이 빌딩숲 시카고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일까? 유명한 건축가들이 설계한 고층 빌딩들은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고, 오래된 건물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도시 중앙을 가로지르는 운하는 빌딩숲의 낭만 포인트. 크루즈를 타고 빌딩들을 감상할 수도 있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카약을 즐길수도 있다. 운하를 따라 들어선 바,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오는 블루스를 들으며 저녁 산책을 즐길수도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기록된 윌리스 타워(Willis Tower) 전망대를 컨퍼런스에서 친해진 쉘리와 함께 방문했다. 이 전망대를 스카이덱(Skydeck)이라고 하는데, 건물에서 툭 튀어나온 유리 박스 형태이다. 바닥도 벽도 사방이 유리로 되어있어 그 위에 올라서면 마치 공중에 떠있는 아찔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예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문화도시
시카고를 높은 빌딩이 빼곡하게 들어찬 인공도시의 느낌에서 벗어나게 하는것은 도심 곳곳에 있는 공원과 미술관, 야외 음악당 같은 문화 시설과의 조화일 것이다. 이 조화로움이 시카고를 예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문화도시로 만들고 있는것 같다.
밀레니엄 파크에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예술가들의 작품이 공원에 전시되고 있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디자인한 야외 콘서트 무대, 제이 프리츠커 파빌리온(Jay Pritzker Pavilion)은 세련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스페인의 개념 예술가인 하우메 플렌사(Jaume Plensa)가 디자인한 크라운 분수(Crown Fountain)와 ‘콩(bean)’이라는 별명을 가진 스테인리스 철판 조각품인 구름의 문(Cloud Gate)등은 시카고의 명물이 되었다.
밀레니엄 파크 바로 옆에는 시카고 현대 미술관(The Art Institute of Chicago)이 있다. 미국 3대 미술관에 꼽힐 만큼 유럽의 미술관 못지 않는 방대한 컬렉션을 가지고 있었다. 유럽의 인상주의 및 후기 인상주의, 주요 미국 현대 작품들을 전시되어 있는데, 특히 피카소의 여인상이 있는 이 방이 특히 맘에 들었다. 여인이 편하게 누워서 창 뒤로 보이는 밀레니엄 파크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일까? 그림을 보고 있는 나도 마음이 평안해진다.
미술관을 방문 했을 때 마침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책에서도 보지 못했던 페인팅, 조각, 드로잉들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홈앤스튜디오 투어
모든 컨퍼런스가 끝나고 마침내 맞이한 자유시간. 이 날 하루는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 투어를 위해 모두 쓰기로 했다. 나이가 지긋하신 가이드는 스스로 자신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열성적인 팬이라고 밝혔다. 투어 내내 건축뿐만 아니라 건축가에 얽힌 여러가지 비하인드 스토리도 알려줬는데…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려는 가이드분들의 열정에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내가 속한 투어 그룹의 인원이 모두 10명 이었는데.. 그 중 8명은 모두 유럽, 스페인, 이집트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이었다.
오크파크(Oak Park)는 프랭크 로이트 라이트의 홈&스튜디오와 그가 작업한 고급 주택들이 모여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 보면 특별한 디자인으로 보이지 않지만, 100여년 전 빅토리안 건축 스타일이 유행하던 시기에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으로 독창적인 건축 스타일을 만들어온 프랭크 로이트 라이트의 도전 정신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홈&스튜디오 입구에 새겨놓은 조각들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 철학을 상징한다고 한다. 나무 장식은 자연주의, 두루마리 모양은 건축 상식, 황새는 지혜와 풍요로움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 건물을 드나들면서 자신의 건축 철학을 수없이 마음속에 되새겼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생각하니 그의 열정에 다시한번 마음이 숙연해 진다.
옆에 있는 건물과 확연히 비교되는 유니크한 건축 스타일,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는’낙수장(Fallingwater)’의 캔틸레버식 테라스(테라스이면서 지붕이 되기도 하는 수평 구조물) 아이디어의 시작이 이 건물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시카고 컨퍼런스에서는 좋은 웹 정보도 많이 얻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예술, 자연, 건축 등 여러면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재충전의 시간도 되는 소중한 경험들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웹을 하다보면 모든 정보를 웹에서 접하고,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웹으로 하고 모든것을 모니터 안에서 경험하게 된다. 컨퍼런스에 참여해 웹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붙어 앉아 그들의 후끈후끈한 열정을 직접 경험하게 되는 것, 건축물을 바라보며 그 건축가의 정신과 노력의 산물을 직접 느끼는 것, 이런 경험들은 가슴을 뛰게 하는 경험들이다. 그래서 더욱 기억에 오래 남게 되고, 더 소중하게 간직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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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ee
웹액츄얼리 디렉터. 워드프레스, 타이포그래피를 애정하고, 취미는 다양한 스테이셔너리 모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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